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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써 본, 가 본, 먹어 본 리뷰

중고 DSLR을 하나 업어왔습니다.

by 구르는 자전거 2023. 3. 25.

캐논 100D

중고 DSLR을 하나 업어왔습니다. 

모델은 캐논 100D.

정말 작고 가벼운 바디에 딱 필요한 기능만 있는 군더더기 없는 카메라.

중고 가격도 싸고 좋더군요. 

5000컷 미만에 중고가 24만 원, 며칠을 중고시장에 잠복하고 더 싼 매물이 있는지 한참을 기다렸지만 

좋은 매물은 실력 좋은 분들이 다 업어가시고 이 녀석이 괜찮았습니다. 

제가 중고를 살 때 꼭 확인하는 기준 하나는 카메라 컷수가 얼마인가입니다.

DSLR은 구조상 사진을 찍을 때 미러가 들어 올려지고 셔터가 작동하게 되는데 이렇게 작동하는 미러와 셔터의 수명이 15~20만 컷 내외라고 합니다.

따라서 컷 수가 많을수록 수명이 다했다는 말이 되겠지요. 

이번에 산 카메라는 상태가 굉장히 깨끗합니다. 

 

이렇게 말이 나왔으니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카메라에는 기능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꼭 알아보고 가야 할 몇 가지를 말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ISO

이건 빛에 대한 민감도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쉽게 말해 햇빛에 나가 놀아도 누구는 금방 빨갛게 타고 다른 누군가는 잘 타지 않죠?

이걸 ISO로 표현해 보면 똑같은 햇빛을 받지만 금방 타는 사람은 ISO가 높은 사람이고 잘 타지 않는 사람은 ISO가 낮은 사람이 되겠지요.

사진도 빛에 필름을 테우는 과정입니다. ISO가 높은 필름은 잘 타고, ISO가 낮은 필름은 잘 안 타죠. 

DSLR은 이 과정을 디지털로 옮겨놓은 것뿐이랍니다. 

하지만 잘 아셔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ISO가 높으면 화질이 거칠어집니다. 

사진에 효과를 주기 위해 일부러 ISO를 높여 찍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ISO가 낮은 깔끔한 사진을 선호하지요.

카메라 광고에서 ISO가 100~12800, 확장 25600이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당연히 ISO가 높이 올라가는 카메라가 좋습니다. 왜냐면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ISO를 높여서 찍는 것만으로도 플래시나 조명을 쓰지 않고 흔들림 없이 찍을 수 확률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실 생활에서 ISO 6400 이상을 놓고 찍을 확률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ISO를 높게 해서 찍었을 때 얼마나 화질이 좋게 나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찍어보지 않으면 모른답니다. 

 

두 번째 셔터 스피드

보통 30~1/4000초의 스피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80D 같은 중급기나 5D 같은 고급기종은 1/8000초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한여름 뙤약볕이 내려쬐는 해변가에서 사진을 찍어도 1/2000초 이상의 셔터스피드를 쓸 일은 거의 없습니다.

또 일상적으로 흔들림 없이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 1/60초, 보통 1/120초 이상의 셔터스피드로 놓고 사진을 찍으면 흔들림 없이 찍을 수 있답니다.

 

세 번째 화소수와 이미지센서의 크기

옛날 SLR(Single Lense Reflect) 카메라 시절에 필름의 표준은 가로 35mm가 기준이었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로 35mm 크기의 이미지센서를 풀프레임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별빛지기님의 블로그에서 캡처해 온 이미지센서 크기 이미지입니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

풀프레임 DSLR 이외에는 대부분 APS-C사이즈의 이미지센서를 사용한답니다. 

이제 화소수가 남았네요. 화소란 수광입자를 말합니다. 

화소수가 많다는 건 동일한 이미지센서 사이즈 내에 더 많은 수광입자를 채워 넣었다는 말이 되지요.

따라서 화소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습니다. 

풀프레임 바디는 크고 비쌉니다. 대신 화질이 좋고 뷰파인더로 보는 영상이 시원시원합니다. 

하지만 풀프레임 지원 랜즈가 한정적입니다. 뭐 일반인이야 랜즈 하나 가지고 쓰기도 하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습니다

APS-C 사이즈 센서를 쓰는 바디를 크롭바디라고 합니다. 요즘은 다양한 랜즈가 나와있습니다.

작고 가볍고 비교적 저렴한 DSLR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 잡다구리 한 많은 기능들이 있지만 저는 영상처리 엔진과 초점 능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캐논 100D는 캐논의 digic7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좋은 영상처리 엔진입니다.

캐논 카메라의 초점 측정 능력은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제가 한참 카메라에 미쳐있던 10여 년 전만 해도 캐논은 구라초점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정말 초점을 빨리, 정확하게 잡아냅니다.

방금 말한 위의 두 가지는 실제로 카메라를 만져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요즘은 다들 카메라고 좋아져서 굳이 만져볼 필요도 없긴 하지만요.

 

제가 캐논 100D를 산 이유를 말해보겠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들과 타협한 측면도 있습니다.

1. 저는 셔터스피드가 1/8000초까지 필요가 없습니다. 주로 등산, 백패킹 중 풍경을 찍기 때문입니다.

2. 높은 ISO도 필요가 없습니다. 밤에는 움직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높은 ISO가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진 좀 찍어보시면 알겠지만 한 밤중에 플래시 터트려 나만 밝게 나온다고 해서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3. 영상처리 엔진이 좋을 필요도 없습니다. 작품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연사를 찍는 것도 아니니 딱히 높은 기능의 엔진도 필요 없습니다.

4. 가벼워야 합니다. 박배낭 메고 산에 올라가는데 카메라가 무거우면 잘 안 가지고 다니게 됩니다.

     따라서 가벼워야 합니다. 소니 미러리스 5100을 가지고 다녔었는데 크지 않은 사이즈라 좋았습니다.

     하지만 밖에 내놓고 다니기도 애매한 사이즈에 그렇다고 사코슈백에 넣고 다니기도 애매했습니다. 

5. 무엇보다 총알이 부족합니다.  딸애와 캠핑을 준비하느라 침낭, 타프, 타프팩, 스트링, 코펠, 의자 등등 무지 많은 것을 질러놨습니다.

     이 상태에서 카메라까지 지른걸 마누라가 알면 저는 죽습니다. 

 

첫째가 태어날 때쯤 사진 생활이 시작된 듯합니다. 

첫 DSLR이 니콘 D70. 참 좋은 바디였습니다. 그 당시 기술로는 말이죠. 정말 쨍한 초점과 진한 채도 등 참 좋은 카메라였습니다. 

하지만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화이트밸런스, 없어지지 않는 노란색감, 높은 ISO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등에 불만이 생기더군요.

위 사진이 D70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아이의 피부를 확대해서 보면 노이즈가 확실히 보입니다.

 

이 카메라에 실망을 하고 넘어간 카메라가 D700입니다. 풀프레임 바디였죠.

D700

보이실지 모르겠습니다. 하늘마저도 파랗게 쨍하니 나오지 않습니다. 누리끼리한 뭔가가 있지요.

거기다 풀프레임이라 무겁기까지.

아이를 안고 짐을 들고 다녀야 하는 입장에서 카메라가 엄청 거추장스럽더군요. 미워졌습니다.

그다음 바꾼 카메라가 캐논 70D였습니다.  정말 명작이었습니다.

캐논 70D 사진입니다. 색감이며 초점이며 정말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카메라였습니다.

하지만 이 이후 미러리스 광풍이 몰아쳤습니다. 그렇잖아도 카메라 들고 다니기 귀찮아지던 시점에 미러리스의 등장 딱 맞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용한 카메라가 올림푸스 OM-D EM-10이었습니다.

참 색감이 좋은 미러리스였습니다. 색감도 좋고 재미나게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이후에는 사진이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고프로나 소니 액션캠이 나오면서 동영상을 많이 찍어 카메라가 필요 없어져서 다 팔아버렸습니다.

위 사진은 고프로 이미지입니다. 색감이 참 좋습니다. 하지만 주변부 왜곡이 심합니다.  그리고 배율 조절이 안 되는 게 단점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소니 알파 5100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노이즈도 잘 잡아주고 정말 괜찮은 바디였습니다. 사이즈가 애매해 들고 다니기 거추장스럽다고 팔아버렸습니다.  

그러고선 왜 캐논 100D를 샀는지 아직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마 DSLR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거쳐간 많은 카메라들과 사진의 품질등을 설명했는데요. 

카메라를 고르실 때 요모조모 잘 따져보고 좋은 바디를 고르시기 바랍니다. 

지금 와서 안 사실이지만 소니의 노이즈억제력이 좀 아쉽긴 하네요.  밤에 사진 찍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네요.